시 부문 심사평
응모작은 모두 15명의 75편이었다. 모든 작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시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양한 소재나 참신한 발상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드러내려 애쓰고 있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다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급급한 서술이나 메시지를 담은 진술들은 많은 작품들에서 보이는 공통점이었다. 시에서 의미를 드러내는 것은 산문의 방식과는 다르다. 시의 모든 요소들의 작용을 통해 사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시의 의미이다. 쓰기의 의도가 반드시 의미로 이어지지만 않는 것은 시의 많은 요소들이 시적 의도에 그다지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의도를 방해하거나 의도의 방향을 전혀 다른 곳으로 틀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자신의 시 쓰기 과정에서 과연 어떤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각자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예측하지 못한 것을을 자신의 쓰기에서 어떻게 풍부한 의미로 바꿔낼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작품들을 모두 살펴본 뒤, 최종적으로 네 사람의 작품이 남았다.
「알로하 알로에」 외 4편의 장점은 일상적 대상을 섬세하게 감각화하는 능력이다. 의미는 머물지 않고 움직이며 대상과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 그러나 전개방식이나 시적 구조가 안정적인 동시에 익숙하고 전형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겠다. 「슈링크 메리」 외 4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서이다. 일상적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감각적으로 포착하여 불가해한 정서를 섬세하게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시에서 보이는 설명적이고 풀어진 문장은 정서적 긴장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 일상과 일상적 관계가 익숙하다는 점 그래서 그들 시가 다루는 세계가 다소 협소하다는 점은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걱정 인형」 외 4편은 단단한 문장과 건조한 서술로 자의적 언어로 부여된 명명과 역할이 대상의 정체성과 얼마나 위태롭게 이어져 있는지를 서늘하게 보여준다. 언어의 위기는 곧 세계의 위기임을 보여주는 이 전복적 상상력은 매력적이었지만 몇 편의 시에서 비슷한 구조를 반복하는 것은 극복해야 할 단점으로 보였다.
「거리」 외 4편은 활달한 발화의 전개와 그 발화가 드러내는 아이러니가 큰 장점이었다. 아이러니 일상적 관계와 대상 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며 우리 세계가 실은 수많은 부조리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폭로한다. 그럼에도 시적 전개 과정에서 다소 비약적으로 보이는 정서적 과잉은 특유의 아이러니를 약화시키고 있는데, 이 점이 아쉬웠다.
「걱정 인형」 외 4편과 「거리」 외 4편 사이에서 오래 고민했다. 두 사람 다 각자의 발화 방식 안에서 충실히 언어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어서 어느 누가 더 낫거나 모자라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고심 끝에 「걱정 인형」 외 4편을 장원으로 결정했다. 그의 발화가 만들어갈 세계가 조금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건필을 빈다.
심사위원 : 김근(중앙대 교수)
소설 2026-1 창작문학상 심사평
어떤 심사든 그러기 마련이지만 이번 역시 쉽지 않았다. 최종심에 오른 다섯 편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고, 어느 한 편도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작품들이었다. 오래 읽고, 오래 들여다보았다.
「보탄」은 팬덤과 우정이라는 두 겹의 레이어가 정교하게 맞물리는 소설이다. 보탄이 완벽해질수록 화자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식어가는 그 과정을, 작가는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일본 여행 시퀀스의 디테일은 풍성했다. 환전기 앞에서의 소동, 카레 식당에서의 어색함, 시바 공원에서 흘러나오는 Lost Stars. 독자는 어느 순간 자신이 그 여행에 함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모란꽃 이미지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반복되고 변주되는 방식도 훌륭하다. 처음엔 불꽃처럼 타오르는 앨범 커버였다가, 마지막에는 차창에 손끝으로 그리고 또 지우는 희미한 꽃잎이 된다. 그 변화만으로도 화자의 내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화자의 능동적 욕망이 조금 더 앞으로 나왔더라면 결말의 울림이 더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소설이 가진 섬세함과 완성도는 충분히 빛났다. 분량은 다소 길었다. 완벽하게 압축하였어도 이 분량이라면 이해할 수 있으나, 줄일 수 있는 부분이 꽤 눈에 띄었으니 정말 소설을 위한 부분이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면 디테일을 줄일지언정 과감히 잘라낼 수 있기를.
「거적」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소설이다. 할머니와 손자의 하루, 은행에서 카페까지의 짧은 동선 위에 세대와 돈, 혈육 사이의 복잡한 감정선이 담백하게 얹혀 있다. 읽고 나면 슬픈데, 그런데도 달콤했달까. 군더더기가 없다. 특히 은행의 공간 묘사는 탁월했다. ATM 기기, 푸른 입간판, 접수 창구의 ㄷ자 대기석, 사무실 커튼 틈으로 보이는 남녀의 대화. 이 풍경들이 인물의 내면을 직접 설명하는 대신 조용히 둘러싸면서, 독자가 스스로 감정을 채워 넣게 만든다. 할머니가 굴포천역 기둥 옆 의자에 혼자 앉아 ‘돈을 써야 친구가 생긴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긴 여운을 남기는 순간이다. 결말의 에피파니가 조금 더 준비되어 도착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이 소설의 가치는 충분하다. 묵묵히 쌓아 올린 공력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모르는 고향」은 수족관이라는 공간 설정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소설이다. 물에 사는 것들을 땅에 가둬두는 공간, 그리고 고향을 잃어버린 J와 고향이 처음부터 없는 화자. 이 두 인물이 핀이라는 돌고래를 사이에 두고 ‘고향이란 무엇인가’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당기는 구조가 주제를 효과적으로 확장한다. 결말의 간결함이 특히 좋았다. ‘핀, 너 J를 알아?’ 대답할 수 없는 대상에게 질문하는 이 짧은 문장과, ‘바다가 핀을 뺏지 않길, 그가 원한다면.’ 이 두 문장으로 소설은 끝난다. 열린 결말이되 모호하지 않다. 중반부에서 J의 서울 생활 묘사가 다소 늘어지는 구간이 있어 리듬이 흔들리지만,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세계의 깊이는 그것을 충분히 넘어선다. 재능 있는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찡그리기」는 계약직 청년의 노동 현실을 고발이 아닌 관계의 언어로 번역한 소설이다.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메신저 팝업 한 줄로 퇴출을 통보하는 회사, 정규직과 계약직 사이의 200만 원 연봉 차이,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건비를 아끼는 대표. 이 모든 것이 분노의 언어가 아니라 담담한 서술로 쌓인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프게 읽힌다. 정원 아버지 에피소드는 이 소설의 감정적 무게중심이다. 25톤 크레인과 1톤 트럭, 청주와 옥천, 정규직과 계약직. 크고 작은 차이들이 아버지들의 이야기 안에서 조용히 겹쳐지면서, 이 소설이 단순한 노동 소설에 그치지 않았다. 화자의 내면 변화 곡선이 조금 더 굴곡졌다면 더욱 좋았겠으나, 대화체 리듬의 탁월함과 마지막 문장의 힘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찡그리면서도 햇빛을 바라보고 싶었다.’ 이 한 문장이 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며 여운을 만들었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이 훌륭했음에도 수상작으로 「수직」을 선정했다.
이 소설이 탁월한 것은 AI 시대 예술가의 정체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관념이 아닌 감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었다. 소연이 윤희의 몸에서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소설이 진행될수록 독자는 깨닫는다. 소연이 정작 잃어버린 것도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을. 두 인물은 협력자인 동시에 서로의 결핍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 구조가 소설 전체를 단단하게 떠받친다. 영상 문법을 소설 언어로 흡수하는 솜씨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장독대가 깨지는 장면, 어둠 속에서 윤희가 혼자 움직이기 시작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카메라를 돌려 깨진 장독대를 비추는 결말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영화적이면서도 분명히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제목 ‘수직’은 수평으로 누워야만 잠들 수 있는 인간이 수직의 힘을 내고 있다는 소설 속 설명에서 나오지만, 동시에 이 소설이 세상과 맞서는 방식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제목이 구조와 주제를 동시에 떠받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영특한 설계가 돋보였다. 선배 캐릭터가 다소 도구적으로 쓰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한참 넘어서는 결말의 여운이 있다. 오로지 윤희의 움직임만이 보일 수 있도록 조명을 높이는 마지막 문장은 오래 기억될 장면이다. 앞으로가 몹시 기대되는 작가다. 수상을 축하한다.
다섯 편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정직하게 쓴 소설들이었다. 심사위원으로서 이 작품들을 읽는 시간이 행복했다. 부디 이 자리가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 개별 심사평
장마의 이유
이유라는 인물을 통해 비·죽음·몸의 저주와 해방을 신화적 층위까지 끌어올리면서도 관념으로 흐르지 않는다. 밍, 기청제, 현관문 컵등 구체적 사물들이 상징으로 기능하며 열린 결말을 구현. 이유 사후 서사를 조금 더 압축했더라면 중심이 더 또렷했을 것
거울
인물과 인물 사이의 긴장을 감각적 디테일로 처리하는 솜씨가 안정적이다. 불안장애를 가진 진아가 윤호를 대하는 방식에서 자기 내면의 균열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다만 결말에서 윤호의 돌발 행동이 주제를 직접 설명하는 계기로 기능하여 여운보다 해석이 앞서버린다. 인물의 선택이 더 능동적으로 서사를 추동했으면
남겨진 것들에게
소의와 선우의 관계 설정이 윤리적으로 풍부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유괴범의 딸이라는 설정이 다큐멘터리 '기록'의 문제와 맞물리며 핵심질문을 날카롭게 세운다. 그러나 후반부 선우의 내면 변화가 요약 서술로 처리되어 서사적 밀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절정 장면의 장면화가 더 필요.
모르는 고향
수족관이라는 공간과 돌고래 핀의 존재가 주인공 나의 내면을 통과하며 상징적으로 기능한다. 고향과 소속의 문제를 감각적 층위에서 다루는 솜씨가 성숙하다. J라는 인물이 후반부에 다소 급하게 처리되어 균형이 흔들리고, 결말의 여운이 다소 이르게 닫힌 점이 아쉽다.
찾을 수 없는 사용자
동시대 SNS 문화와 전직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소재의 동시대성이 선명하다. 문장 감각은 충분히 보이나 주인공의 페르소나와 그림자가 끝까지 흐릿하게 분리되어 서사의 동력이 약하다. 관찰력과 문장의 가능성은 뚜렷하다. 인물이 사건을 이끄는 힘을 더 키워야 한다.
눈이 녹아 꽃이 될 때까지
자살 충동을 가진 두 인물의 정서적 공명을 담으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 복수 시점 운용은 야심찬 시도지만 현재로서는 독자가 어느 시점에서 읽어야 할지 자주 혼란스럽다. 주제가 직접 진술되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며, 결말이 주제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닫혀 있다.
황무지와 단무지
신도시 아파트와 고립이라는 설정이 뚜렷하고 동시대적이다. 세진의 내면이 장면보다 요약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 독자와의 거리감이 생긴다. 부재 인물 규리가 서사 안에서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종수와의 관계가 배경으로 머무는 것이 아쉽다. 설정의 힘을 장면으로 더 밀어붙여야 한다.
[후기 보장] 재회 주파수
퀴어 여성 화자의 일상을 과잉 없이 경쾌하게 그려냈고, '재회 주파수'라는 소재가 소설 전체를 유쾌하면서도 쓸쓸하게 묶어주며 대화 리듬도 살아있어 읽는 내내 속도감이 좋다. 다만 화자의 욕망이 끝까지 한 발짝 물러선 채 머물러, 마지막 장면에서 조금 더 치고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정교하게 운용하며 하진과 '나' 사이의 긴장을 소설 내내 팽팽하게 유지한다. 바보 라이어 게임이 인물 심리를 드러내는 구조 장치로 탁월하게 기능한다. 문장이 건조하고 정확하다. 결말의 진돗개 장면이 열린 여운을 만들어내나 '열린 결말'과 '미완성 결말'의 경계에 아슬하게 걸쳐 있다. 조금 더 밀어붙였으면 완성도가 한 단계 높아졌을 것이다.
엔피츠와 연필
혜정의 욕망을 구체적 사물(연필, 새우젓 계란말이, 그릇 파편)로 외면화하는 솜씨가 섬세하다. 그릇을 던지는 장면이 소설 전체의 에피파니. 그러나 인물 내면을 직접 설명하는 문장이 빈번해 독자가 느껴야 할 것을 작가가 먼저 말해버린다. 조연 하나의 밀도도 아쉽다.
나폴리탄
나폴리에 없는 나폴리탄이라는 핵심 아이러니가 아현의 좌표 상실과 정합하게 맞닿아 있다. 재필이라는 인물이 입체적으로 설계되어 있고 이탈리아 현지 묘사가 핍진성을 잘 뒷받침한다. 지영 캐릭터가 중반 이후 서사적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이 약점이다. 결말의 '일단 오늘 밤까지 슬퍼해보고'는 이 소설이 찾아낸 가장 좋은 문장 중 하나다.
날이 풀리면서
서주와 지혜의 관계를 중심으로 '녹는다'는 계절 이미지를 일관되게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유리장이라는 오브제가 서주의 내면을 통과하며 상징으로 기능하는 지점이 가장 빛나는 순간. 서주의 욕망이 지혜를 향한 것인지 지혜가 표상하는 어떤 삶을 향한 것인지 끝까지 흐릿하게 남아 핵심질문이 선명하게 작동하지 못한다.
거적
할머니와 손자의 하루를 따라가는 구성이 단정하다. 은행, 통장, 뻣뻣한 다리 같은 구체적 사물로 세대 간 고독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솜씨가 좋다. 도입부의 젖 물리기 기억이 결말에서 충분히 회수되지 않아 구조적 여운이 약해진다. 오브제를 끝까지 밀고 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기형성 라일락
라일락이라는 후각적 오브제가 주인공의 내면을 통과하며 상실과 기형성의 주제와 어울려 작동한다. 문장이 감각적이면서도 절제되어 있고, 성폭력 피해 경험과 엄마의 비밀을 교차하는 구성이 설득력 있다. 핵심질문이 끝까지 열려 있다. 후반부 엄마의 고백 장면이 다소 직접 진술로 흘러 감각적 밀도가 잠시 이완되는 것이 아쉽다.
멸균
명진과 선영의 관계가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다. 물이라는 모티프가 명진의 당뇨, 수영 선수의 꿈, 선영의 익수 시도를 하나의 계열로 연결하며 상징 체계를 구성한다. 선인장이라는 오브제가 마지막에 기능하는 방식도 훌륭했다. 다만 선영이 후반부에 기능적 인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고, 명진의 내면이 더 능동적으로 사건을 움직였더라면 구조가 한층 탄탄해졌을 것이다.
하이웨이
은일과 진현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결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교통사고라는 돌발 사건이 두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계기로 잘 기능하며, 영화라는 소재가 이들의 관계에 유기적으로 녹아든다. 사건의 밀도에 비해 인물의 내면 변화가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는 느낌이 있고, 결말의 포옹 장면이 다소 이른 해소로 읽힌다.
언덕을 걷는 방법
버스라는 밀폐 공간 안에서 보경의 내면을 감각 이미지로 잘 포착한다. 절제의 미덕이 돋보였다. 다만 결말의 '답장 중' 풍선이 핵심질문에 정면으로 응답하지 않은 채 닫혀버린 느낌이다. 보경 자신의 선택이 더 선명해져야 한다.
보탄
팬덤·우정·꿈의 진정성을 일본 여행이라는 단일 공간에서 농축한 야심이 있다. 이물감 있는 공간 묘사로 두 인물의 내면 거리를 탁월하게 외면화한다. 그러나 핵심질문이 여럿으로 분산되어 어느 것도 충분히 깊어지지 못하고, '나'의 내면 변화가 태현에 가려 희미하다. 분량도 너무 길었다.
수직
AI 영화 제작이라는 동시대적 소재를 서사 중심에 놓은 선택이 탁월하다. 옥상 장독대 장면은 이 소설 최고의 순간. 단, 결말 직전 내면 독백이 지나치게 설명적이어서 열린 결말의 여운을 스스로 희석시킨다.
찡그리기
정밀한 묘사와 동시대 노동 현실 포착이 뛰어나다.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팝업, 정원이 눈썹을 찡그리지 않고 축 눌러뜨리는 결말이 압권. 그러나 애드온 입사 경위와 관계 역사를 요약 서술로 과잉 처리하여 독자가 보고받는 느낌을 받는다. 장면 선택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심사위원 : 김서령(중앙대 교수)
2026-1 창작문학상 드라마부문 심사평
이번 응모작 10편은 장르와 주제가 다양하고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았지만, 도리어 그 상향 평준화된 수준 때문에 독보적인 작품을 선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카툼>은 가상 국가 속, ‘게토’나 ‘가자지구’와 같은 격리된 마을을 그리는 희곡 작품으로, 독성이 있는 꽃을 발견한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을 억압하는 관리자들을 죽이고 마을에서 탈출할지 말지에 대한 갈등의 과정을 현실감 있게 풀어내었다. 사유가 깊은 대사들, 현재 국제 정세를 빗댄 시의성과 은유가 돋보였지만, 분량 미달이 아쉬움을 남겼다.
<한밤의 히치하이커>는 부당한 징계를 받고 구례에 내려간 서울 의사의 정착기를 그린 작품이다. 마고할미라는 토속 신앙적 소재를 접목해 성장과 멜로를 함께 그려내고 있는 점은 창의성이 있었지만, 좌충우돌이 기대되던 전반부와 다르게 평이하게 흘러가는 전개가 아쉬웠다.
<습, 비밀이야!>는 가족에게 또는 사회에서 선택받지 못한 ‘루저’ 세 사람이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다가, 인생 역전을 위해 사라진 다이아몬드 두꺼비를 찾는 이야기다. 배경과 소재, 전개 면에서 신선함이 있었고 주제 의식도 잘 구현되었으나, 인물이 너무 많아 후반부가 산만해지는 것이 아쉬운 지점이다.
<빛으로 찾아와줘요>는 연애에서 상처를 받고 템플스테이를 떠난 상아가 신비한 남자 건주와의 만남을 통해 위로를 얻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는 홀로서기 로맨스다. ‘자신과 연애한다’라는 발상은 독특하고 극에서 반전으로도 잘 풀어내었으나, 건주가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좌절한 다음, 다시 시나리오를 쓰고 홀로서기를 해야겠다는 주인공의 심정 변화가 너무 빨리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택담보 이혼대출>은 결혼 2주년에 여자 친구가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수진 때문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남편 호겸의 이야기다. 소재와 시작은 참신했지만, 청약 당첨된 아파트가 별다른 갈등으로 쓰이지 않는 점, 호겸이 수진을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수진의 모든 결정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서사가 아쉬웠다.
톱스타와 막내 작가가 여행 프로를 갔다가 조난당하는 이야기인 <사막에서 살아남기>는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목숨이 달린 진짜 ‘생존’을 맞닥뜨린다는 설정이 재치 있었지만, 극의 개연성과 생존 과정의 디테일 및 아이디어가 부족했다.
선한 의도와 달리 언제나 논란 기사를 써버리게 되는 영서가 엄마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악마의 재능을 살려 악덕 복합 상가를 공격하는 이야기인 <금천동 말아먹기 클럽>은 재밌는 발상과 설정, 화합으로 가는 반전 있는 결말이 인상적이었지만, 영서의 심정 변화와 기사 엔딩이 앞서 긴 갈등의 과정에 비해 짤막하고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최고의 10분>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대학생들이 과제 영상을 찍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장 과정이 뭉클하게 그려지는 작품이었지만, 인물들이 갈등을 토해내는 바닷가 장면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게 아쉬웠다.
인정받지 못했던 논술학원 강사 승현이 일타 강사가 되며 자신의 인간성을 잃게 되는 과정과 반성을 담은 <일타>는 현실적인 묘사와 디테일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그저 ‘간지’ 나고 싶은 철없는 남고딩 수호가 법대생 해인에게서 진정한 멋을 배우며 성장하는 <빚 나는 청춘>은 톡톡 튀는 캐릭터와 유머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장점이 다른 두 작품 중 하나를 장원으로 선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개성이 좀 더 두드러진 <빚 나는 청춘>을 장원으로 선정하였다.
당선자들에게는 뜨거운 축하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을 지새우며 자신만의 세계를 직조해 낸 모든 응모자에게는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 전영신(중앙대 교수)
2026-1 창작문학상 비평부문 심사평
비평은 대상 텍스트를 ‘전달하기’이지만, 그것은 비평가의 몸이라는 매개를 통한 전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텍스트에 몸을 얹는 ‘비평가’가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 지점에서 비평의 매혹이 발생한다. AI의 현란한 문장과 정보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이 비평가의 육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문은 이 비평가의 ‘육체성’이라는 그물이 건져올린 것들로 구성된다. 때문에 비평가가 어떤 그물-가치관, 언어 구사 능력, 감식안 등-을 가지고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자를 비평의 문장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면, 그것은 대상텍스트의 힘이라기보다는 비평가의 힘에서 비롯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창작문학상에 응모한 네 편의 글은 모두, 비평가를 궁금하게 하는 매혹의 힘을 지니고 있다. 대상 텍스트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 텍스트에 오래 머무는 집요한 시선, 그것에서 비롯되는 사유의 깊이와 넓이, 자신의 삶과 연결짓는 진정성. 네 편의 응모작은 비평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은 물론 그 이상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좋은 글들이다. 수상자를 고르기가 어려울만큼, 각각의 개성으로 빛나는 글들에 대한 독후는 다음과 같다.
우선 영화 <왼손잡이>에 대한 평문 ?왼손이 오른 일을 했다?는 ‘왼손잡이’라는 소수자를 통해, 세상의 통념과 규범에 의문을 던지고 영화 속 가족의 일상을 ‘가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읽고 있는 글이다. 가독성 있는 문장, 활달한 문체, 실존과 이어지는 질문들, 그리고 읽어갈수록 새로운 국면과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각 장을 빌드업하는 ‘전개’에 대한 능력이 뛰어나다. ‘마귀의 왼손’이 결국 어떻게 ‘옳은’ 일을 하게 되는지를 풀어가는 과정, 가족의 비밀이 폭로되든 은폐되든 상관없이 이들의 ‘공존과 공속’이야말로 가장 큰 희망이라는 결론은 이 필자의 말을 믿게 한다. 다만 각 장의 구분, 장제목 등 완성도에 있어서는 형식적으로 퇴고를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 있다.
백수린에 대한 본격적인 평론 ?아주 환하고 희미하고 눈부신?은 백수린의 소설을 ‘빛’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낸 글이다. 비평적 시각이 독창적이고, 이를 풀어가는 문장이 감각적이다. 무엇보다 백수린의 소설에 천착하여 꼼꼼히 읽고, 이를 ‘빛’을 매개로 한 다양한 감정으로 풀어가는 솜씨와 성실성이 돋보였다. 특히 ‘빛’을 긍정으로만 보지 않고 ‘아이러니’를 통해 불행, 치유, 공포, 희망, 상실, 인지 등의 양가성으로 풀어내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는데, 3장 ‘사랑과 불가해의 빛’은 이 글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백수린 소설에 대한 과한 세목이 가독성을 다소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평문은 대상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술술 읽힐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
임지은의 시에 대한 평문인 ?촘촘함을 덜어내고 헐겁게 만들기?는 그런 점에서 독자와 텍스트를 적절히 연결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임지은의 시를 잘 몰라도 잘 읽히는 비평문인데 이는 필자가 임지은 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시를 빌어 자기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평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금 과잉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보편화된다. 무엇보다 임지은 시의 핵심들을 사회현실적 맥락-치열한 경쟁, 빈틈없는 사회 시스템, 유행과 기술의 범람, 과잉의 연결과 단절 등-과 연결시켜 그것에서 벗어나는 시의 자장을 힘있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대상 텍스트에 몸을 얹기, 자신의 실존과 밀착하기, 지나친 세목에서 벗어나기 등 독자와 소통하는 비평문으로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파편적인 장 구성이나 형식적 부분들에 있어서 퇴고를 요하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복원법-종말, 연결, 그들의 몸짓:김기태론?은 김기태 소설을 통해 ‘나’라는 작은 자아,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보편에 대해 의미심장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 둘을 연결시키고 ‘우리’로 확장하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각각의 국면에서 김기태의 소설을 적절히 배치하고 있는 솜씨가 돋보일 뿐 아니라 진부한 ‘사랑’을 멸망에 맞서는 신성의 빛으로 제시하는 부분 또한 감동적이다. 전봉건의 시를 전면적으로 제시하고 해석하는 부분은 좀더 수정할 필요가 있으나 전반적으로 완성도와 비평적 수준에 있어 탁월한 성취를 보여주는 글이다.
이들 네 편의 글은 모두 수준 높은 문장력과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어 모두 수상작에 뽑혀도 손색이 없는 글이다. 다만, 비평 또한 개별 작품이라는 점에서 독립적으로도 충분히 읽히는 글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완성도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런 면에서 ?사랑의 복원법-종말, 연결, 그들의 몸짓: 김기태론?과 ?촘촘함을 덜어내고 헐겁게 만들기?를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비평가로서, 창작자로서 많은 잠재성을 가진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수상자들의 건투를 빈다.
심사위원 : 정은경(중앙대 교수)
2026년 1학기 창작문학상 아동청소년 부문에는 동화, 장편동화, 청소년소설, 동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응모되었다. 여러 해 심사를 맡아왔지만, 특히 이번 학기에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 대거 몰려 심사 과정 내내 깊은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본격적인 심사에 앞서, ‘단편 두 편 제출’이라는 공모전의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아쉽게 수상권에서 제외된 작품들부터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손끝>은 공간 배경과 상황을 설정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청소년 소설이다. 소재 활용을 통한 관계의 깊이를 포착해 내는 작가의 역량이 눈에 띈다. 좋은 재료를 풍부하게 갖추었으나 구성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설명적이거나 작위적인 대목들을 개연성 있고 진정성 있게 다시 그려낸다면 한층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되리라 기대한다. 응모작이 한 편뿐인 점은 아쉽지만, 이 작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울프와 나>는 1부 2부로 나뉜 장편 형식의 동화다. 우선 유튜브, 인공지능 등 동시대적 현상을 단순한 소재로 소비하지 않고, 서사를 개연성 있게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큰 호감을 느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어른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다. 이 작품 속 어른들은 틀에 박힌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다. 아동의 시선에서 타자화되지 않고 저마다의 재치와 개성을 지닌 채 살아 움직이며, 아이와 동등하면서도 성숙한 관계를 맺는다. 생태계 교란종인 늑대 거북과 어린이의 관계를 엮어낸 감각도 신선하다. 다만 탐정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나온 것에 비해 서사적 역할이 크지 않아 보인다. 우연히 늑대거북을 포획하는 계기 정도로만 느껴져 비중을 조금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사의 핵심 갈등인 친구 경섭의 질투 어린 괴롭힘이 주제와 크게 연결되기 어려웠으며, 경섭과의 화합 또한 다소 작위적이다. 아버지가 갈등의 핵심 역할을 도맡으면서 주인공이 수동적으로 느껴진 점도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캐릭터 구현, 재치 있는 문체, 소재를 포착하는 안목이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단편이 아닌 장편을 제출한 점, 서사 구성 능력과 주제를 이야기하는 힘이 다소 부족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서사의 발단과 전개 부분이 다소 길게 늘어지는데, 이는 공모전 기준에 맞추어 무리하게 분량을 조절하다 생긴 문제로 보인다. 분량을 조금 더 확보하고 주제의식을 강화하여 장편 동화 공모전에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나는 힙합이 싫어요>는 기존 응모되었던 작품이기에 반갑게 읽었다. 다만 이전 제출본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퇴고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동일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신작인 <딴짓을 하자>는 제목부터 시선을 붙들었다. ‘딴짓’의 새로운 의미를 어린이들에게 제시하고, 어른들 역시 때로는 딴짓을 한다는 설정을 풀어낸 점이 매력적이다. 딴짓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뜻밖의 발견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긍정적이면서도 개성 있었다. 다만 <나는 힙합이 싫어요>에서의 극단적 결말의 문제가 이 단편에서도 반복된다. 어린이들이 교실에서 적극적으로 딴짓을 모의하는 결말은 자칫 주제를 왜곡시킬 여지가 있다. 딴짓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순기능을 조명하는 것과, 교사의 눈을 피해 딴짓을 즐기자는 것은 주제 차원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적절한 자유와 적절한 제한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 문학은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더욱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의 편에 서는 것은 좋지만, 어린이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것이 과연 그들을 위한 일인지, 어린이 문학이 제시할 수 있는 더 나은 방향은 무엇인지 한 단계 더 깊이 고민해 본다면 앞으로 더 좋은 동화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불투명한 문>은 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청소년기에 맞닥뜨리는 특유의 감수성을 찬찬히 펼쳐 보이듯 이야기를 풀어내어 몰입감이 높다. 마치 청소년의 비밀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진정성이 느껴지며, 그만큼 감정적 울림도 크다. 다만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감정이 조금 더 정교한 소설적 문법으로 정제되면 좋겠다. 특히 조연인 ‘정우’가 서사의 우연한 계기를 제시하는 역할 이상으로는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서사의 갈등이 화자의 내적 충격에 비해 다소 무디게 다가온 점도 아쉬웠다. 이 서정적인 이야기에 단단한 소설적 구성을 얹는다면 더 멋진 작품이 될 것이다.
<여름 스트로크>는 제목에서부터 청량함이 느껴졌다. 테니스라는 스포츠 소재와 이를 활용한 비유의 솜씨도 매끄럽다. 다만 앞선 작품과 마찬가지로 조연인 유솔이 서사를 진행하는 기능적인 역할만 수행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인물이 주어진 플롯을 따라 움직이지만, 존재의 필연성이 부족해 도구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조연이 그 존재 자체로 살아 숨 쉬며 작품의 주제에 기여할 때 소설이 보다 깊어질 것이다. 직접적인 대사도 조금 덜어내고 다듬는다면 더욱 진정성 있는 청소년 소설로 거듭날 것이다.
<운동화 속에서 발가락이 헤엄쳤어> 외 4편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재치 있게 포착한 동시들이다. 시가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잔잔하면서도 한 끗의 재치가 있어 좋았다. 입원한 엄마의 잔소리를 그리워한다는 정서는 동시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익숙한 소재임에도, 연과 행을 가르는 리듬감과 섬세한 어미 처리 덕분에 신선하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평이해 보이는 언어들 사이로 군데군데 반짝이는 표현들이 있어 시가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그야말로 동심의 본질을 담은 시들이기에 가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다만 시의 핵심이 되는 가장 멋진 대목이 제목이라서, 감동을 미리 스포일러 당하는 듯한 아쉬움이 컸다. <운동화 속에서 발가락이 헤엄쳤어>, <여름이 쩍 갈라진다>, <그날은 잔소리가 듣고 싶었어> 모두 마찬가지다. 시의 핵심이 되는 빛나는 대목을 제목으로 그려내기보다 조금 더 절제된 언어로 숨겨두었다면 독자가 마주할 감동의 폭이 훨씬 커졌을 것이다.
<에그타르트 대소동>은 현실의 상처 앞에서 다정하고 달콤한 위로를 주는 동화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마주한다. 어떤 상처들은 완전하게 극복할 수 없지만, 그런 실패가 주는 의외의 발견들이 있고, 그것이 우리를 잠시 쉬어가고 더 성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동화는 그러한 주제를 요리-에그타르트-라는 소재를 통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냈다. 등장인물의 개성은 뚜렷했으며, 서사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주제를 견인했다. 이처럼 달콤하고 씁쓸하면서도 끝내 따뜻한 온기를 남기는 이 이야기를 많은 어린이들이 만나기를 바라며 장원으로 선정한다.
함께 응모된 <노을 추격전>은 과거 응모했던 작품을 퇴고하여 낸 작품이었다. 전작에 비해 주제의식이 견고해졌고 표현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서정성과 주제가 인물과 이야기보다 반걸음 앞서 있다는 인상은 있었으나, 확장된 주제의 깊이가 이러한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노을이 한 가지 색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일렁인다는 묘사는, 우리 어린이들의 삶 또한 그처럼 다양한 빛깔로 채색해나가리라는 희망을 전한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투하며 작품을 개선해 나가는 의지가 보여 더욱 좋았던 작품이다. 이 작가가 지금처럼 아이들의 삶에 집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신뢰한다면, 앞으로 더 깊고 좋은 동화를 쓰리라 확신한다. 때로는 아이들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에서 우리 어른들이 말해야 할 진짜 주제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 이진하(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