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작품명 | ||
시 | 장원 | 김민아 | 높고 큰 철문 앞에 외 4편 |
가작 | 배선우 | 들개 외 4편 | |
소설 | 장원 | 변정현 | 앳 리스트 홈리스 |
가작 | 윤채연 | 굿바이는 간단하게 | |
드라마 | 장원 | 허희원 | 오늘도 내일도 로켓배송! |
가작 | 유가은 | 카보드 | |
비평 | 장원 | 변정현 | 운명의 구멍을 맞닥뜨린다면 |
가작 | 신나연 | 소돔으로 돌아가는 마법소녀들 - 이쿠하라 쿠니히코론 | |
아동 청소년문학 | 장원 | 강소현 | 왜 좋아해? 외 1편 |
가작 | 김민아 | 토끼 인형의 비밀 외 4편 |
수상자로 선정된 분들께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수상자에게는 예술대학장 명의의 상장이 발급되며, 상장 전달 관련 일정(시상식)은 별도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2학기 창작문학상 수상자는 아래의 자료를 12월 15일(일)까지 전공 사무실 메일 주소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신분증 및 통장사본(스캔 파일)
-생년월일(주민등록번호 앞 6자리)
-보내는 주소: caugs63@cau.ac.kr
- 2학기 창작문학상 심사평
1. 시
수년에 걸쳐 창작문학상 심사를 하며 느끼는 점이지만, 여기 투고된 작품들의 수준과 개성은 여타 신인상의 본심 등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올해에도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관철하며 그것을 적절한 형식을 통해 드러내 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그렇기에 이 심사가 매 학기 나에게 새로운 개성을 만나는 기쁨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올해에도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 많아 고민이 길었다. 한 편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밝히며, 투고작을 읽으며 느낀 점을 간단히 전하고자 한다.
<서정시반론> 외 4편의 내달리는 속도감이 좋았다. 상황도 사유도 내달리듯이 달려가며 개성적인 보법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이 너무 빨라서 시가 늘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 우려되었다. <토마토 주스> 외 4편은 미묘한 감각으로 그려내는 어긋난 세계가 흥미로웠으나, 시가 출발한 아이디어를 써버리고는 그대로 시가 주저앉아버리는 것만 같아서 아쉬웠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5원소론> 외 4편은 넘쳐나는 언어들이 자꾸 헛것을 형성하려 하는 점이 재미있었다. 의미를 지연하려는 듯 언어가 운용되다 불쑥 튀어 오르는 문장들이 흥미로웠으나, 최종적으로 셈을 해보면 낭비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집> 외 4편이 가진 앙상한 구조 또한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절제함으로써 드러내 보이려는 것이 선명하지 않았다. 이 윤곽 흐린 세계에서 무엇인가 더 마주하는 것이 있다면 좋았을 것이다. <최정현> 외 4편은 인식이 어긋나는 순간들을 포착하거나 유도하며 흥미로운 세계를 전개해내가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이 놀이에 너무 몰두하다 시가 오히려 심심해져 버리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뒤통수를 보는 일> 외 4편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발상이 큰 매력이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시적인 고요함에 도달하는 그 과정 자체가 좋았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매력에 비해 언어가 좀처럼 다듬어지지 않아 그 빛이 바래고야 말아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은 <높고 큰 철문 앞에> 외 4편과 <늦은 밤 골목길> 외 4편, 그리고 <들개> 외 4편이었다. <늦은 밤 골목길> 외 4편은 강렬한 의식이 이끌어내는 시적 에너지가 좋았다. 앞의 말을 받아가며 앞과는 다른 지점을 향해 끌고 가는 이 시적 도약들이 좋았다. 다만 이 반복이 다소 비자각적으로, 혹은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듯한 때에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졌다. <들개> 외 4편이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 또한 매력적이었다. 주체와 타자 간의 긴장이 팽팽하게 만들어지는 저 시적 마찰의 순간들이 작품 도처에 있었다. 그러나 그 긴장을 작품 전체가 고르게 이어가지는 못하여 아쉬웠다.
2024-2 창작문학상의 장원은 <높고 큰 철문 앞에> 외 4편으로 결정되었다. 흥미로운 세계를 마주하며 새롭고 낯선 세계를 향해 천연덕스럽게 움직이는 시적 태도가 좋았다. 그리고 그 세계를 그럴듯하게 유지하는 데서 오랜 시적 수련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저 황망하고 쓸쓸한 자리에 오래 마음이 갔다. 앞으로도 정진하기를 바란다.
여전히 시를 쓰며 고투를 벌이는 투고자 전원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시의 길은 외로운 것이고, 그 보상은 아주 작고 보잘것없을 따름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시를 사랑하기에 이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시와 더불어 멀리, 그리고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황인찬(시인)
2. 소설
이번 창작문학상에 공모한 작품들 대부분이 밀도 있는 내용과 입체적인 구성으로 완성도와 개연성을 성취한 작품들이어서 당선작을 선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심사 기준으로는 주제 구현에 유기적 통일성이 있는지 작가만의 스타일로 창의적 표현을 구사하였는지 장면과 요약의 균형적 배치로 미학적 형식을 구성하였는지에 중점을 두었다. 그중 무엇보다도 독자에게 설득과 공감을 주는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였다.
대상에는 <앳 리스트 홈리스>를, 가작에는 <굿바이는 간단하게>로 선정하였다.
<앳 리스트 홈리스>는 조소과를 졸업한 주인공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 대출 이자와 월세를 내며 근근이 살아가다가 알바를 그만두게 되자 배낭에 몇 가지의 생활필수품 만 챙긴 채 집을 나온다. 길 위에서의 고단한 생활, 노숙인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착취와 구타 속에서도 웅크리며 자신의 생을 이어가던 중 여자 노숙인 짤랑이를 만난다. 세상의 모서리가 모두 첫눈으로 덮인 공원에서 주인공은 눈으로 조각가의 꿈을 상징하는 손을 만들고 짤랑이에게는 잃어버린 아이를 상징하는 토끼 모양의 눈사람을 만들어 준다. 이 작품은 우선 디테일한 상황묘사와 주인공이 처한 배경을 몇 가지의 에피소드로 개연성을 획득한 점, 노숙자들과 세상의 온갖 오물을 덮는 첫눈과의 대비를 통해 극심하게 결핍된 생활에서도 마음속 한 줄기의 희망들을 표현한 점 등을 높이 평가하였다. 단, 주인공이 노숙자가 되는 과정에서의 인과성이 불명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굿바이는 간단하게>는 의사 고시에 몇 번이나 떨어져서 무기력과 술에 빠져 사는 닥터 지와 남의 말이 저절로 들려와서 고민인 스물여섯 살의 알바생 p는 부유하는 먼지처럼 떠다니면서 자신들과 같이 정착하지 못하고 직진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만나 어울리고 헤어진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위를 빙빙 도는 야구장처럼 타자의 정체성과 고뇌에 진정으로 대면하지 못하고 서로 겉돌다가 사라지는 젊은이들의 방황을 문장의 건조한 톤을 살려 잘 그려냈다.
심사위원: 박혜영(소설가)
3. 드라마
총평
: 응모작 10편 모두 수준이 높은 데다가 장르도 다양해서 기쁜 마음으로 심사했습니다.
장원과 가작으로 뽑힌 <오늘도 내일도 로켓배송!>과 <카보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창의력과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둘 중 하나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오늘도 내일도 로켓배송!>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해서 장원으로 선정합니다.
1. 빚 나는 청춘
대사들은 간결하고 재미있는데 구성이 짜임새 있지 못하다. 그래서 내적 긴장감이 없다.
2. 꽉 잡아, 유린기!
설정은 흥미로우나 이별을 반복하는 연인의 근본적인 문제, 미련, 혹은 갈등 해소 등의 감정이 주가 되지 않고 린의 회사 얘기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헤어진 옛 연인과의 사건, 스토리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
3. 땡감인가 꽃감인가
연애 리얼리티 예능쇼 형식의 70대 사랑 찾기. 첫사랑이냐 평생 곁에 있었던 남사친이냐 하다가 결국 남사친을 택하는데, 결말이 예측 가능하고 굳이 70대 일 필요가 있나 싶다. 70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 황혼 로맨스의 묘미는 없었다.
4. 모리걸
영혼 체인지 판타지 설정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너무 자세하게 푸는 바람에 구성의 맛이 살지 못했다. 압축하거나 생략해도 좋을 씬들이 많다.
5. 카보드(가작)
디스토피아 세계가 배경인 미래세계 판타지. 상상력이 뛰어나고 액션 씬도 눈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앞으로 좋은 드라마 작가가 될 재능이 보인다. 총평에서도 얘기했지만 장원 자리를 두고 고민했고 미세한 차이로 가작이 되었는데 앞으로 좋은 작품을 계속 쓰기 바란다.
6. 나 비눗방울 너
영롱과 찬란이라는 소외된 청춘들의 교감이라는 건 알겠는데 비눗방울을 그리고 지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고 어릴 적 기억이 너무 많은 편이다.
7. 미진
탐미적인 분위기, 반전 등이 흥미로웠으나 무기력한 지연이 알고 보면 치밀한 계획으로 남편을 살해했다는 설정은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부족했다.
8. 오늘도 내일도 로켓배송!(장원)
대사가 위트 있고 재미있다. 도깨비, 환웅, 삼신 등 우리나라 민속 신들이 등장해서 반가웠고 십이지신 중 쥐가 마스코트처럼 활약하고 다녀서 귀여웠다.
로켓배송의 문제, 열심히 빨리빨리 사는 현대인들의 속도감을 지적하는 솜씨가 능숙하면서도 성숙해서 장원으로 뽑는다. 기본이 탄탄하고 유머감각 좋다. 좋은 드라마 작가로 성장하기 바란다.
9. 교수님, 졸업시켜 주세요!
인물 캐릭터가 선명하고 대사도 재미있다. 복학생 남궁철과 깐깐한 교수와의 줄다리기가 유쾌했으나 고생길의 70년대 무력 탄압과 현시대의 블랙리스트는 방법이 다르다.
10. 펀치
스포츠 드라마의 재미는 경기의 승패를 가슴 졸이며 보는 재미가 크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스포츠 드라마의 전통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흔한 구성을 버리고 다른 스토리 라인, 다른 주제를 보여주려 한 거 같은데 시도는 좋지만 쌀이 익다 만 느낌?
심사위원: 주찬옥(중앙대 교수)
4. 비평
이번 창작문학상에 응모한 비평은 총 5편이다. 5편의 응모작은 음반에서부터 영화, 애니메이션, 외국문학, 한국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비평 세계를 보여주었다. 특히 각 평론 모두 골고루 수준 이상의 표현력과 문제의식을 담고 있었다. 평론에 있어서의 밝은 눈은 작품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과, 이즈음 스펙트럼이 넓어진 예술과 대중문화의 현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글들이었다. 5편의 글들이 각기 다른 장단점을 보여주고 있어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두 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우다영의 소설집 『밤의 징조와 연인들』을 다룬 「운명의 구멍을 맞닥뜨린다면」은 우다영의 소설을 ‘운명’과 ‘우연’으로 풀어간 평론이다.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통로 ‘웜홀(warmhole)’이 생을 따뜻한 곳(warm hole)으로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때로 불행으로 이끌어주는 차가운 구멍(cold hole)도 될 수 있다는 모티브를 통해 우다영의 소설에 대한 분석을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우연’한 일을 통해 삶이 바뀔 수도 있을 뿐 아니라 행과 불행을 교환하기도 한다는, 섬뜩한 생의 어느 지점에 천착하면서 평자는 그 비일상성이 일상임을 설득하고 있다. 이러한 우연과 운명을, ‘인과’를 넘어서는 우다영의 창작방법론과 함께 포개놓음으로써 글의 주제와 스타일을 매끄럽게 빚어놓는 솜씨가 인상적이다. 마지막 결말 부분이 다소 소략하기는 하지만 내용, 형식, 문체가 잘 어우러져 주제의식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 Tyler, The Creator의 음악을 다룬 「자전적 이야기와 ‘부캐’ 사이-가면 속의 발화」는 SNS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실존’과 ‘부캐’로 분화되는 수많은 ‘다른 자아’, 얼터 에고(Alter Ego)에 관한 것. 타일러가 캐릭터 ‘이고르’와 ‘세인트 크로마’라는 가면 속에서 무엇을 발화하는지를 짚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울 뿐 아니라 ‘과잉된 감정’ 그 자체의 발산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부분도 신선했다. 또한 그렇게 분화되는 ‘얼터 에고’들이 결국 ‘구성된 자아’와 ‘객관화된 나’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는 마지막 결론, 여기까지 이끌어가는 전개 방식과 문체가 설득력이 있다. ‘음악’에 관한 서사에 대한 이 흥미로운 분석은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텔링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 창작과 관련된 비평적 안목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우리는 결합을 꿈꾼다」는 현대 미국 작가들-앤드루 포터와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두 단편을 통해 동시대 가족 문제를 다루고 있는 글이다. ‘가족’을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2000년대 이전 가족 소설이 ‘해체’ ‘여성 서사’ 등으로 변천해 오는 긴 흐름 속에서 우리 시대 ‘가족’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평자의 맥락적 읽기가 돋보인다. 또한 앤드루 포터의 「벌」과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고음악」을 섬세하게 분석하면서 제도 밖이든 제도 안이든, 중요한 것은 ‘결합하고 배려하려는’ 가족 구성원의 내면이라는 결론 또한 소중한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지극한 포착-시선의 말」은 지아 장커의 다큐멘터리 영화 <무용(無用)>을 분석한 글이다. 평자는 이 다큐의 3부 구성에서 ‘옷’들이 어떻게 제작되고 소비되는-인공적인 -피부에 감기는 자연스러운 ‘의복’으로 바뀌는지를 카메라의 시선 등을 통해 포착하고 있다. 영상에 담긴 장면과 의미들을 찬찬히 풀어놓는 세밀한 문체와 애정이 돋보이는 글이다. 「소돔으로 돌아가는 마법소녀들」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에 대한 작가론이다. 「소녀혁명 우테나」에서 「사라만자이」까지 변신과 마법소녀들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 어떻게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멸망에서 구원을 찾아내는지를 철학적 사유를 통해 추적하고 있는 글이다. 무거운 주제의식을 풀어가는 흥미로운 전개와 활달한 문체가 미더운 평론이다. 철학적 사유와 분석 외에 이에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과 열광하는 대중감성에 대한 분석을 더하면 서브컬처에 대한 평론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후속 논의가 더욱 기대되는 글이다.
이들 5편 글 모두 고른 수준의 비평적 안목과 문장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비평은 대상 텍스트에 기대어가는 글이지만, 한편 개별 작품이라는 점에서 독립적으로도 충분히 읽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운명이 구멍을 맞닥뜨린다면」과 「소돔으로 돌아가는 마법소녀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비평가로서, 창작자로서 많은 잠재성을 가진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수상자들의 건투를 빈다.
심사위원: 정은경(중앙대 교수)
5. 아동청소년문학
이번 창작문학상에는 동화, 청소년소설, 동시 등 다양한 작품이 접수되어 읽는 즐거움이 컸다.
<삶은 달걀이다> 외 4편의 동시는 달걀, 수업시간, 민들레 홀씨, 손바닥, 돈가스 등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익숙한 소재들을 통해 어린이의 마음을 그려낸 작품들이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물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좋았으나 익숙한 제재를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아쉬웠다. 작가의 따듯한 시선에 낯선 상상이 더해진다면 더 아름다운 동시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토끼 인형의 비밀> 외 4편의 동시는 담백하면서도 여운을 주는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산타를 대신해 일하는 인형, 친구와 그네를 열심히 타다가 내기의 존재를 까먹어버린 어린이, 바다가 되어버린 그리운 아빠, 싸우고 화해한 뒤에 먹는 매콤한 라면의 맛, 신 나서 나처럼 몸을 흔드는 빛 등 주제와 소재의 조합이 매력적이고 조화로웠다. 문장의 순서를 도치하여 강조하는 등 짧고 단순한 문장들을 변주한 부분도 좋았다.
<꿈틀거리기> 외 1편은 인물의 문제와 목표를 바탕으로 힘 있게 서사를 이끌어 갔으며 안정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다만 인물의 변화에 개연성이 부족한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꿈틀거리기>에서 주인공이 낙지다리를 보고 극적인 내적 변화를 일으키거나 <우리 형을 찾아서>에서 형 구하기를 목표로 움직이던 인물이 갑자기 형에게 내적 고민을 고백하고 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개연성이 떨어졌다. 인물을 변화시키는 핵심 사건을 조금 더 깊이 고민해 본다면 앞으로 더 좋을 동화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퍼머넌트 오렌지> 외 1편은 작가가 대상 독자층과 각 장르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퍼머넌트 오렌지>에서 청소년의 꿈을 색으로 표현하여 상징적이고 은유적으로 깨달음을 드러내는 장면이 좋았지만, 진술이 다소 많고 할머니와 나의 꿈 찾기 서사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보이지 않았다. 치매, 직업특강, 언니와의 차별, 학교라는 공간 등 주제를 뒷받침하는데 크게 기능하지 못한 구성 요소들도 아쉬웠다. 함께 제출한 <하늘 위로 쌩쌩>은 친구와의 우정, 관계를 어린이들이 자주 접하는 줄넘기라는 소재로 풀어내어 소재와 주제가 잘 어우러졌고 구성도 안정적이었다. 다만 제출한 두 편 모두 인물의 변화와 성장이 어른의 조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도움을 주는 어른이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아동·청소년의 성장에서 어른의 조언은 어디까지나 성장을 보조하는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 좋아해?> 외 1편은 안정적인 구성과 주제 의식, 진솔한 표현이 눈에 띄는 작품들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에서 시작해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는 일련의 과정이 개연성 있게 그려졌다. 결말부가 다소 도식적으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구성이 안정적이기에 큰 흠이 되지 않았다. <젓가락 그렇게 쓰는 거 아니야>에도 비슷한 장점이 많이 보였다. 젓가락을 던지며 싸우는 부모님에게 젓가락 사용법에 대해 일침을 놓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작품 내에서 부모님의 불화를 어린이가 책임지거나 부모님이 극적으로 화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젓가락을 아예 쓰지 않는 부모님의 모습을 변화의 증거로 제시한 점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발상과 주제, 소재, 전개 방식이 모두 안정적인 데다가 제출한 두 편의 주인공이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을 지니고 있어 다음 작품이 기대되었다.
고민 끝에 <왜 좋아해?> 외 1편을 장원으로, <토끼 인형의 비밀> 외 4편을 가작으로 올린다.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작가들에게는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심사위원: 이진하(동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