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작품명 | ||
시 | 장원 | 김민아 | 쌍둥이 외 4편 |
가작 | 김태우 | 물속의 대화 외 4편 | |
소설 | 장원 | 이승엽 | 선인장 |
가작 | 이하은 | 레고 놀이 | |
드라마 | 장원 | 유시현 | 홍마, 그랜마! |
가작 | 김민아 | Ready, Set, Go! | |
비평 | 장원 | 김인환 | 혼란을 감각하는 문학: 무력감의 서사들 |
가작 | 김채윤 | 재구성된 몸과 딛고 일어서기 | |
아동 청소년문학 | 장원 | 김예은 | 우리 학교를 지켜줘 외 1편 |
가작 | 이현서 | 물음표 외 4편 |
수상자로 선정된 분들께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수상자에게는 예술대학장 명의의 상장이 발급되었으며, 종강총회에서 상장 전달 및 시상식을 진행하였습니다.
1학기 창작문학상 수상자는 아래의 자료를 6월 18일(수)까지 전공 사무실 메일 주소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신분증 및 통장사본(스캔 파일)
-생년월일(주민등록번호 앞 6자리)
-보내는 주소: caugs63@cau.ac.kr
- 1학기 창작문학상 심사평
1. 시
이번 창작문학상에는 일곱 명의 작품이 제출되었다. 응모작들은 모두 시의 언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어 고무적이었다. 고민이 상당한 정도로 익어서 작품 안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언어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결국 시란 활성체로서의 시의 언어를 제시하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언어의 어떤 운동이냐가 관건인 셈이다.
「너는 괴인 나는 헌터」외 4편은 시 속에 유니크한 정황을 설정하고 이를 전개하면서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쓰인 시편들이다. 도망치고 달리고 뒤를 돌아보는 관계의 “너는 괴인 나는 헌터”, 색종이로 접은 사마귀와 블록으로 조립한 것들, 오리배와 뒤집힌 버스, 물병 속의 바다 등은 모두 입체적인 만남과 각축으로 존재의 복잡한 모습을 재현한다. 설계의 선이 보이지 않도록 상황이 더 자연스럽게 무르익으면 효과적이고도 실감이 날 것이다.
「유자차」외 4편은 차분하고 내면적인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면서 자아와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편들이다. “심장 가까이 둘러앉아 녹아내린 아침을 마시고 있다” “여름은 심해어가 되어 몸속을 헤엄쳐 간다”와 같은 표현에서 아침과 여름이라는 세계가 주체에 혼효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은 정서의 섬세함으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미분화된 세계의 다소 나이브한 면모로 보일 소지도 있다. 분리가 조금만 더 뚜렷하고 날카로운 방향으로 진전되면 이미지도 한층 명료해질 것이다.
「환대」외 4편은 자연스러운 문장과 차분한 어조로 이루어져 있다. 구성과 전개의 솜씨도 엿보인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최초의 설정과 논리가 무리 없이 진행되는 듯한 흐름이다. “뚫리지 않는 벽보다 무서운 건/닫히지 않는 문”에서의 문과 벽, 무화과나무를 심지만 수확하지 못하는 어른들과 꽃을 따는 나, 나이 든 애마와 어린 말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비는 시를 조직하는 동기이면서 한편으로 시의 영역을 제한하는 기둥일 수 있다. 좀 더 자유로운 발산을 하여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소년 실종 사건」외 4편은 정밀한 묘사와 치밀한 조직력이 돋보인다. “호텔에서 잔의 자국을 지우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유리 핸들링」은 두드러지게 정교하다. “계속적으로 통과되지 못한 유리잔을 무한히 닦아야만 한다”는 깨달음도 적절하게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깔끔한 조각적 언어들이 선명함을 유지하면서도 조금만 더 유연하게 움직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불이나 우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시편들에서 환기나 시의 넓이가 보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독두꺼비」외 5편은 때로 투박하고 기이한 발상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 지극히 세속적이고 반들거리는 일상의 풍광을 만화경처럼 담아냄으로써 개성을 확보한 작품들이다. 복도에서 마주친 두꺼비가 일순 얼굴에 올라탔다가 뛰어내리는 「독두꺼비」와, 토끼와 거북이 동화에서 거북이 대신 너구리를 넣어 이야기의 한쪽 내막을 개방해버리는 「토끼와 너구리」는 뛰어난 개성을 느끼게 해준다. 엉뚱하고 강렬한 「독두꺼비」의 임팩트를 모든 작품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다른 작품들 역시 이러한 밀도로 낯섦의 미학이 진전되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물속의 대화」외 4편은 부드럽고 유려한 언어들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언어의 물결들로 채워져 있다. 잡을 수 없는 낮은 독백의 언어들이 꿈결같이 흘러다니는 가운데 간혹, 그 물결 속에 언어의 기포가 터지는 듯한 감각적 장면들은 시의 언어를 유희와 자유 속에 떠다니게 해준다. “수도꼭지를 닫으면 타일들은 서로를 밀어낸다” “동굴 안으로 작은 돌멩이들과 꽃잎들이 줄지어 굴러간다”와 같은 표현들에서 단단하고 고정된 것들이 풀려나와 말랑해지는 세계가 연이어 나타난다. 우선은 여기에 머물러도 좋을 듯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리얼한 세계로 나아간다면 입체적인 힘을 갖추게 될 것이다.
「쌍둥이」외 4편은 구체적이고 명징한 정황 묘사, 또렷한 오브제와 인물들, 사건의 밀도 있는 집중과 전개, 감정의 적절한 제어를 통한 페이소스가 고루 어우러져 완성된 세계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낭패와 비극으로 인물들의 행위나 관계가 점철되어 있는데, 이를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시를 탄성적으로 만든다. “식장의 유리창이 점점 깨져서/세상을 뒤엎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반짝이도록” “일어나야 했어/사람도 시체도 아닌 채로 공원을 배회했어/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접었다가 실패한 심장들만 손에 잡혔어”에서 보듯, 깨진 유리창은 반짝이는 것이며, 일어나 걸어도 우리는 자신이 사람인지 시체인지 알 수 없고, 비록 손에 잡히는 것이 있지만 그것은 실패한 심장이다. 이렇게 우리는 언제나 반대편에 가닿는다. 무겁지만 가볍고 가볍지만 무겁다. 이러한 걸음이 존재의 걸음이고 시의 걸음이다.
심사위원: 이수명(중앙대 겸임교수)
2. 소설
심사를 위해 소설은 객관성, 공정함, 균형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을 쓴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그것은 작가 개인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소설과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누구나 소설을 써볼 수는 있지만, 실제로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그들조차 지난한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편의 소설을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이번 창작문학상에 응모된 소설들을 읽으며, 그것이 지나친 생각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래 고민하고 다듬은 소설들을 통해, 문학은 인간과 삶에 대한 성실하고 따뜻한 시선이라는 점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개인의 일상을 천천히 따라가며 인물의 깊이를 더하고, 삶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작품들을 만나 반가웠다.
응모작들이 성취하고 있는 수준도 고르게 높았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문장이 정확하고 안정적이었다. 문장의 완성도는 단기간에 얻기 어려운 것이기에 더 반가운 지점이었다. 또한 서사의 전개 역시 무리 없이 구성되어 있었다. 소재는 주로 가족, 친구, 연인 등 관계에 관한 것이 많았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갈등을 섬세하게 다룬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를 통해 현재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무리 없는 이야기가 안정감 있게 완성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는 분명 장점이지만, 동시에 아쉬움으로도 남았다. 소설은 ‘잘 쓴 이야기’이기 이전에 ‘좋은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응모작들 대부분이 카페나 집 같은 한정된 공간에 인물이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고, 사건이 적극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인물 간 갈등 또한 표면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런 이야기들은 아무리 공을 들여 전개하더라도, 정박한 배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자연히 주제도 확장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대부분의 소설이 착했다. 작가의 착한 시선은 미덕일 수 있지만, 착한 소설이 반드시 문학적 미덕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극락왕생>의 형제는 사찰 수리를 위해 절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죄책감과 갈등이 서서히 드러나는 이야기다. ‘도편수’라는 소재가 새로웠고, 절의 시설에 대한 꼼꼼한 자료 조사가 돋보였다. 하지만 죽음의 비밀이 생각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형제간의 갈등과 죄책감의 해소 또한 모호하게 처리되어 읽고 난 후 이야기가 남기는 인상이 다소 흐려졌다.
<레고 놀이>는 동성 커플이 이벤트에 당첨된 카라반으로 여행을 가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다. 사회적 시선과 둘 사이의 차이에 대한 극복할 수 없는 거리 등이 핍진성 있게 그려지고 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들 커플에게는 더욱 많은 난관이 있고 그 미묘한 감정의 설명은 어려운 일이나 이 소설은 그것을 잘 성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느슨하게 풀어지는 점, 동성 커플의 이별이라는 소재가 이제는 익숙해진 만큼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서사가 아쉽게 느껴졌다.
<선인장>은 군대 이야기라는 선입견을 덮을 정도로 소설이 던지는 질문이 좋았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이 군대라는 폐쇄적 사회 안에서 어떻게 타자화되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말도 안 되게 조금만 신경을 써도 살 수 있는, 선인장(식일병)을 통한 상징과 은유가 이야기 속에 잘 녹아있는 점이 좋았지만, 문장이나 장면 전개가 느슨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두려움에 대한 나의 인식,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버릴까 걱정된다, 가 울림을 주며 우리는, 인간이란 존재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한다는 선인장과 얼마나 닮아있는가 하는 가슴 아픈 질문이 이 이야기를 좀 더 멀리 가게 한다고 느꼈다.
<졸업>은 문장이 독보적으로 아름답고 섬세하다. 개성 있는 시선으로 소설의 장면을 포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문장과 분위기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면 이야기의 속도와 사건의 전개가 유실되기 쉽다.
<시린>은 시린이라는 주인공의 경험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중첩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곤충들에 집중하는 장면 등에서 내면 상처의 풍경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는 점이 뛰어났다. 하지만 산만한 전개와 장면 간 연결이 어색한 점이 걸렸다.
고민 끝에 <선인장>을 장원으로, <레고 놀이>를 가작으로 선정한다. 소설 쓰기에서 안정적이고 편안한 선택은 게으른 선택이기 쉽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안전한 길만 다니다 보면 소설이 지나치게 평이해진다. 좀 더 개성 있는 이야기, 문제적인 서사를 담을 수 있다면, 우리 소설의 미래가 응모작들 안에 있다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
심사위원: 이소정(소설가)
3. 드라마
한 편의 드라마를 쓰는 것을 넘어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제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응모작 10편 모두 작가의 기획 의도가 분명하고, 자신만의 주제 의식을 이야기의 형태로 전달하는 데 있어 훌륭했다. 다만 장르가 다양하지 않고, 전개 방식이나 구성은 전반적으로 평이했다.
<딜루션>은 과거의 학교폭력이 현재의 연쇄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로, ‘과거는 절대 지나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장르적 문법에 충실하고, 피해자 인줄로만 알았던 주인공에게 되묻는 ‘방관의 죄’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도 준다. 다만, 경찰의 리얼리티가 떨어져 긴장을 떨어트린다. 특히 범인이 주인공의 친구를 이용해 택배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마지막 옥상 장면은 개연성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소리의 끝에서>는 가수로서 치명적인 병에 걸린 인기 아이돌이 시골에 내려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다시 일어서는 힐링물이다. ‘서로의 속도와 소리를 존중하며 연결되는 관계의 힘’이라는 기획 의도가 가장 눈에 들어왔고, 그 의도를 상황과 인물로 잘 전달하였다. 하지만 ‘새로움’과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기존 비슷한 작품들과 좀 더 차별화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보길 바란다.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인 <금쪽언니일지>는 신선한 오프닝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으나, 후반부 스릴러 전개가 갑작스럽고 매끄럽지 않아 아쉬웠다. 금쪽이를 잘 돌보는 주인공의 매력과 능력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제자를 납치한 범죄자를 잡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멜로 장르인 <우리가 번지던 그 여름>과 <워킹 투게더>는 서로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두 청춘의 모습이 잘 담겨있었지만 대부분의 갈등을 대사로 처리하는 점, 중요한 클라이막스에 감정 과잉이 보이는 것이 아쉬운 지점이다.
판타지 성장물인 <딸기를 찾아서>는 장애를 입어 낙담한 주인공이 동명의 망한 영화 속으로 들어가 영화의 목적인 슈퍼 딸기를 찾다가 삶의 의지를 찾는 이야기이다. 독특한 설정과 분명한 메시지가 좋았다. 학원 성장물인 <마이크를 넘겨!>는 가장 방송부를 사랑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경희의 성장 포인트가 ‘혼자 열심히’가 아니라, ‘같이 즐겁게’ 였다는 점, 그 주제가 제목으로 받아지는 것도 인상 깊었다. 그러다 두 작품 다 극 중 주제를 전달함에 있어 ‘인물의 대사’가 아닌 ‘작가의 대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버드나무숲>은 아동학대라는 소재에서 출발한 참신한 상상력과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좋았고, 피겨라는 소재로 트라우마 극복을 다룬 <Ready, Set, Go!>는 실패와 상처가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혜나가 부상을 당하고 피겨를 포기한 날, 피겨스타 호재의 연습을 보며 절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겨의 아름다움을 느껴 감동했다는 반전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두 작품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어려웠지만, 개연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Ready, Set, Go!>를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장원에는 <홍마, 그랜마!>를 선정했다. 망돌인 손자 견우를 도와주려 ‘홈마’가 된 일흔의 경자가 진정으로 자신의 꿈을 찾는 이야기는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와 화법, 탄탄한 서사, 조연들 하나하나 버리지 않는 성실함까지 모든 면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마지막에 경자가 사진 전시회를 열고 꿈을 갖게 해준 스티븐과 재회하는 장면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좋은 드라마 작가가 될 자질이 보인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10편의 작품을 보는 일이 즐겁고 보람 있었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모든 응모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전영신(중앙대 겸임교수)
4. 비평
벤야민은 ?경험과 빈곤?(1931)에서 1차 대전을 거치면서 야만의 세기를 겪는 젊은이들의 침묵과 공백을 가리켜 ‘경험의 빈곤’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그러나 대체로 벤야민의 위기는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의 묵은 전통과 관습의 판 엎기.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전 세대의 우려는 늘상 이러한 걱정과 두려움에서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쨌든 진전은 배반 위에 성립되지 않는가. 새로움은 삭제에서부터, 공백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창작문학상을 심사하면서 늘상 느끼는 것은 이러한 패기로 향하는 야만이다. 그것은 거칠지만 힘이 세다.
이번 창작문학상에 응모한 비평 총 5편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만큼 독창성과 치열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 완결성이 떨어지고 맥락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전통적 독법의 ‘모방과 흉내’에서 멀찍이 벗어나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도약은 무엇보다 ‘나’라는 독자의 ‘밀착된 읽기’에서 비롯된다. 다섯 편의 비평에 대한 심사가 어려웠던 것은 그 각각이 파놓은 자신만의 진지구축이 탄탄하고 개성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예소연의 ??사랑과 결함??에 대한 평문 ?사랑의 교집합?은 소설 한 편을 정치하게 읽어내고 있는 글이다. 작가 예소연이 써나간 ‘사랑’의 복잡한 수식을 ‘결함이라 불리는 결함’ ‘사랑이라 불리는 사랑’ ‘결함이라 불리는 사랑’이라는 재치있는 장제목을 통해, 교집합으로 모아 나아가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각 장에서 순정, 성혜, 수 등의 인물 성격과 애증의 관계를 펼쳤다 모으는 전개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더욱 증폭시켜 비평가의 맥락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하나의 텍스트에 대한 비평이기 때문에 분량 면에서 다소 소략하고, 각주 형식을 좀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우연과 상상>에 대한 평문 ?정확하게 우연을 마주하는 세 가지 방식?은 하마구치의 상상력과 그것에 내포된 삶의 경이를 차분한 문체로 풀어놓고 있는 글이다. ‘삶의 근사치’로서의 문학, 예술의 상상이 하마구치의 세 편의 단편과 만나 ‘지금, 결정된 숱한 리얼’이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준다. 안미옥의 시를 전면 인용한 부분은 축약 제시하는 편이 좋을 듯하고, <우연과 상상>의 문제의식을 좀더 확장하고, 소소한 오류 등을 수정하여 완결성을 높이면 좋을 듯하다. 이 부분은 전체 응모작에 두루 해당되는 내용인데 소소한 형식적 오류나 미흡한 부분은 전체 비평문을 조야하게 만든다. 가령 작품집 출판연도, 출판사, 영화 개봉 시기 등등의 명시는 필수적이고 네이버를 각주를 달더라도 최대한의 형식을 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내용적 투지도 좋지만, 형식상의 퇴고 여부는 독자로 하여금 30% 이상, 다른 인상을 갖게 하므로 최대한 형식적 완결성을 높이는 것이 좋다.
안태운의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에 대한 평문 ?하얀 정신병동에서 중얼거리는 한 사람의 말?은 응모작 중에서 가장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감은 눈으로 자기의 얼굴을 본다면 믿겠는가?’라는 불가능성에서 환각과 조현병을 착안하여 안태운 시를 읽어가고 있는 독법이 흥미롭다. 환각, 자폐증적 증상을 사회적 고립-시의 분절, ‘타자화된 나’의 형상 등으로 읽어나가는 논지는 안태운 시에 대한 특이한 독법임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있다. 또한 ‘불행이 아니면 유명해질 수 없는 사회’와 ‘타자화된 나’에 대한 진단은 이 비평문이 단순히 미학적 발랄함이 아니라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임을 보여준다. 다만, 시를 잘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 해석에 있어 ‘다시-쓰기’에 머물고 있는 부분이 많아 좀더 보완이 필요하다.
애니메이션 <도로로>에 대한 평문 ?재구성된 몸과 딛고 일어서기?는 데즈카 오사무의 철학을 포스트휴먼 담론으로 풀어낸 글이다. 신화와 사이보그를 결합한 해석이 흥미롭고, 무엇보다 가독성이 뛰어난 문장을 구사하고 있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데즈카 오사무의 ‘신체 찾기’가 곧 ‘인간성 찾기’라는 점, 그리고 장애는 치유해야할 문제적 단계가 아니라 다른 건강함이라는 사유 등은 깊이있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결론 부분에서 최근 콘텐츠가 ‘다크 히어로’와 ‘정신적 강함’을 강조하는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는 진단 또한 흥미롭다. 다만, 한 편의 영화에 집중하다보니 사소한 세목들이 나열되고 중복되고 있어, 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김기태와 공현진의 소설을 다루고 있는 ?혼란을 감각하는 문학: 무력감의 서사들?은 응모작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대두된 신유물론의 연결성 철학이 ‘책임’의 감각, ‘혼란’의 감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작품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극우화에 저항하는 ‘거대한 사랑’, 그리고 각자의 삶에 열중하는 근시의 사랑이, 욕망과 실천에 있어서 다른 국면을 파생시킴을 보여주고, 결국 중요한 것은 추상적 연결감각이 아니라 ‘어떤’ 현실과 ‘진짜’ 책임이라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전개가 이 비평의 구성적 완결성을 보여준다. 오타와 형식적 오류가 몇 군데 눈에 띄긴 하지만(부제는 작품 제목을 포함할 것, 각주 형식 정리 등), 중간에 제시되는 비평문, 이론서 등도 적절하게 인용되고 있어 신뢰감을 준다. 비평적 성실성과 문제의식 면에서 장원에 값하는 글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응모작들을 높은 수준의 안목과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당선작을 가리기 어려웠으나 좀더 많은 이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면 비평문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비평가로서, 창작자로서 많은 잠재성을 가진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수상자들의 건투를 빈다.
심사위원: 정은경(중앙대 교수)
5. 아동청소년문학
이번 창작문학상에 응모된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인상적인 작품들을 만나 심사가 즐겁고 의미있었다.
「물음표」 외 4편의 동시는 유머와 재치, 엉뚱한 상상이 감성과 만나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품들이었다. 두발자전거를 타는 자신을 은근히 자랑하거나, 자신이 우는 거면서 자전거가 우는 거라고 시치미 떼는 장면은 사랑스럽고 유쾌한 어린이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감정의 폭이 넓고, 표현의 결이 섬세한 점도 좋았다. 보고 싶은 만큼 엄마 냄새를 맡으려다가 아껴두었다는 부분에서는 깊은 여운을 느꼈다. 다만 시어나 이미지가 익숙한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한 번 더 비틀고 힘 있게 밀어붙인다면, 보다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세계가 펼쳐졌을 것이다.
동심의 언어와 감각이 자유롭게 숨 쉬는 공간을 만나 반가웠다. 그 안에서 더 활발하게 뛰노는 어린이와 시어들을 만나게 되길 기대하며, 「물음표」 외 4편의 동시를 가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를 지켜줘」 외 1편은 ‘어린이들은 어떻게 상실을 마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끌고 간 작가의 끈기와 성찰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폐교 위기의 학교를 지키거나, 돌아가신 할머니 제사상에 올릴 추억의 사탕을 찾기 위해, 이야기 속 어린이들은 스스로 계획하고 움직이며 현실의 제약 앞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지키고 되찾고자 하는 마음,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실패와 슬픔, 회복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무엇보다 작품 속 어린이들이 충분히 슬퍼하고, 그 감정을 회피하거나 축소하지 않는 모습에서 건강한 애도의 과정을 느낄 수 있었다.
주제의식뿐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적 완성도와 표현력에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서사 구조는 안정적이었고, 인물의 감정선은 담백하고 진솔한 문장들로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토마토 소금 사탕’이라는 독창적인 소재를 통해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뻔하지 않게 풀어낸 점도 인상 깊었다.
두 편의 동화 모두 어린이의 눈높이에 충실하면서도 어린이들이 느끼는 감정의 결과 깊이를 진지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어린이가 주체가 되는 서사의 힘이 또렷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단단하고 온기 있는 문장을 쓰는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어 「우리 학교를 지켜줘」 외 1편을 장원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이번 공모전은 작품의 완성도를 따지기 이전에, 써 내려간 마음과 시선에 먼저 눈길이 가는 자리였다. 그 마음과 시선이 이어져, 더 빛나는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