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발견한 것”이라는 시제를 두고 각각의 작품들은 다채로운 불화의 감각을 선보였다.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내포하고 있는 시공간의 이동, 관계의 재해석, 소망과 갈등, 그리움의 정서 등을 토대로 일상을 자유롭게 환기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특히, 대부분의 작품은 익숙한 일상과 구분되는 새로운 시적 정황을 제시하면서 화자가 서 있는 현실을 직관적으로 구도화 해내고 있었는데, 그러한 조망의 시선이 끝내 ‘나’의 존재로 향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시편들이었다. 욕망과 믿음을 그대로 응시할 때 드러나는 시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목격할 수 있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결여로부터 자기 내면을 재발견하려는 근사한 의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저마다 아름다운 표류의 풍경이었다.
다만, 주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관찰과 탐색이라는 행위 자체에 집요하게 머물러 있거나 자신의 솔직하고 담담한 생각이 미결의 질문으로 마감되는 경우 아쉬움이 남았다. 질문은 늘 소중하고, 세계를 작동시키는 동력으로써 효과적인 장치이지만, 문학이 상상력과 표현의 장르라는 당연한 의미를 상기해 본다면, 더 이끌리는 쪽은 엇갈리고 투박하더라도 수시로 결론에 이르며 어딘가로 움직이는 쪽이다. 시가 기억을 저장하는 방법은 사물과 대상의 간섭을 허용하는 투명한 혼란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차별성을 지닌 작품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차상작인 「집에 가는 방법」은 여행 속에서 겪은 일들이 꿋꿋한 묘사를 통해 표현되는 시였다. 우연한 만남과 소박한 일탈이 서사의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길을 잃고 싶다’라는 고백을 유기적으로 끌어내는 힘이 돋보였다. ‘집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화자가 마지막에 ‘집에 가는 방법이 여기 있’다고 발언할 때 그때의 집은 여행을 통해 스스로 허물어버린 집이었고 단순한 회귀가 아닌, 현재가 역전된 상태에서의 상실을 향한 가당하고 용기 있는 걸음으로 읽혔다.
또 하나의 차상작인 「무당벌레」는 ‘여행은 머무는 것’이라는 분명한 정의를 다루고 있었다. 익숙한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여행이라는 활동의 영향력을 풍부하게 그려냈고, 그 발상이 누군가의 ‘기대’에서 비롯되었다는 맥락을 시의 내부에 고정하는 균형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동선 상에 잠재해 있는 생명력을 섬세하게 포착해 내면서 마침내 ‘무당벌레’라는 선명한 대상을 주체적으로 호명하고 있어 시제 해석에서의 설득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심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아이러니 매트릭스」를 장원작으로 선정했다. ‘멕시코행 비행기’를 타고 가다 ‘광활한 정글 한가운데’로 낙하하는 구체적인 공간의 이동을 리드미컬하게 발현시키고 있어 연출적인 기획력에 관해 주목할 만했다. 상황의 특징과 모순을 독특한 캐릭터들의 대사와 관계성을 통해 구현하는 방식도 매력적이었다. 또한, 보편적 한계를 유희적으로 풀이하는 기법도 장점이었는데 ‘얼마나 더 가야 할까……’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자연적인 불안 앞에서 ‘위조’된 역할을 부여하는 새로운 ‘놀이’가 지루한 시간을 소비, 향유하는 돌파력으로 전환되는 장면은 현실 세계에 대한 은유이자 이 작품만이 지닌 성취라고 판단되었다.
수상자와 참가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계속해서 즐거운 시 쓰기가 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이수명, 임정민(심사평)